2025.11.25 (화)

  • 흐림동두천 6.5℃
  • 흐림강릉 11.0℃
  • 흐림서울 8.1℃
  • 흐림대전 8.8℃
  • 박무대구 9.5℃
  • 연무울산 11.6℃
  • 구름많음광주 10.1℃
  • 연무부산 13.6℃
  • 흐림고창 8.1℃
  • 구름많음제주 13.2℃
  • 구름많음강화 7.3℃
  • 흐림보은 7.1℃
  • 흐림금산 8.4℃
  • 흐림강진군 10.0℃
  • 구름많음경주시 9.2℃
  • 구름조금거제 13.3℃
기상청 제공

전남

청년이 돌아오고 농촌이 살아나는 강진군 귀농설계도

광주서 쇠 다루던 마규선 청년 강진 이야기

 

브릿지저널 김경미 기자 | 강진이니까, 가능했습니다. “그냥 생각만 했어요. 언젠가 농촌에 내려가 살아보면 어떨까 하고요. 하지만 결심은 늘 막막했습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랐으니까요.”귀농을 ‘결심’이 아니라 ‘계획’으로 만들어준 곳, 바로 강진이다.

 

현재 강진군 경영실습임대농장에서 딸기를 재배하고 있는 마규선(37)씨는 3년에 걸쳐 강진군이 설계한 정착 프로그램을 따라, 도시 직장인에서 첨단 농부로 거듭났다.

 

◇2023년, “살아보며 길을 찾다”

 

“그저 내려와 사는 것과, 농촌에 정착한다는 건 다르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광주에서 철강업에 종사하던 그의 첫 시작은 ‘강진에서 살아보기’였다.

 

도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이 프로그램은 단기 관광 체험이 아닌, 실제 농촌에서 2개월간 거주하며 작목을 탐색하고 지역민과 교류하는 삶의 예행연습이었다.

 

이 과정에서 ‘딸기’라는 작목에 관심을 가졌고, 강진이라는 지역의 사람들과 문화에 적응할 수 있었다.

 

동시에 “귀농은 어렵다”는 막연한 두려움도 서서히 걷히기 시작했다.

 

◇2024년, “이론에서 실전으로 한 걸음 더”

 

살아보기를 마친 그는 곧바로 ‘체류형 귀농사관학교’에 입교했다.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입교 동기들과 함께 3월부터 11월까지 9개월간 생활하며 각자 고른 작목과 귀농 사유를 나누는 과정은 그에게 새로운 자극이 됐다.

 

누군가는 블루베리를, 누군가는 흑염소를, 또 누군가는 딸기를 꿈꾸며 함께 배우고 실습하는 그 시간은 ‘혼자만의 도전’이 아닌 ‘함께하는 귀농’이라는 정체성을 만들어줬다.

 

이곳에서는 강진군 농업기술센터의 기초영농기술 교육부터 텃밭 재배, 선도농가 멘토링, 실습 중심의 교육까지 이어졌다.

 

같은 목표를 가진 청년들과의 교류는 큰 힘이 됐고, 다양한 작목을 접한 끝에 딸기를 최종적으로 결정했다.

 

“공부만 하는 줄 알았는데, ‘농업인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배운 시간이었어요”

 

◇2025년, “만원으로 집을, 농장에서는 꿈을”

 

2025년, 마 씨는 강진군의 ‘강진품愛 만원주택’에 입주해 안정된 주거환경을 확보했고, 동시에 지난 7월 임대형 스마트팜에 입주해 딸기 재배를 본격화했다.

 

특히 그는 강진군 농업기술센터에서 운영하는 ‘신규농업인 현장실습교육’ 중 딸기작목 월 160시간 장기 실습 과정을 6개월간 수료한 경우다.

 

해당 교육은 단순 강의가 아닌 딸기 전문 선도농가와 1대1로 매칭돼 농장 운영 전반을 몸으로 익히는 실전형 프로그램으로, 귀농 초기에 겪을 수 있는 시행착오를 최소화해준다.

 

“교육을 통해 단순히 ‘딸기를 잘 키우는 법’만 배운 게 아닙니다. 딸기 농사를 기반으로 어떻게 내 브랜드를 만들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까지 알게 됐죠”

 

스마트팜에 입주한 지금도 그는 선도농가와의 멘토링 네트워크를 유지하며, 딸기 6차 산업화와 연계한 유통·가공 모델까지 함께 고민하고 있다.

 

“결실은 딸기에서만 맺히지 않았습니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을 맺었다.

 

“처음 농촌에 왔을 땐 지원사업부터 눈에 들어왔습니다. 인터넷에선 다들 지원만 받으면 곧장 농사를 시작하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달랐어요. 영농교육부터 차근차근 밟아오며 준비한 덕분에, 실패를 줄일 수 있었죠”

 

그는 이어 “돌이켜보면 농업기술센터의 꾸준한 교육, 실습, 멘토링 같은 일련의 과정들이 진짜 농업인으로 성장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줬습니다. 정말 강진이라서 가능했던 준비된 귀농이었습니다”

 

올해 12월이면, 마 씨의 스마트팜 비닐하우스에는 첫 딸기들이 붉은 열매를 맺는다.

 

하지만 그보다 더 먼저 맺힌 결실이 있다.

 

막막했던 도시 청년이, 강진에서 스스로 미래를 설계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된 것

 

강진군은 적극적으로 사람이 돌아오고 정착하는 구조를 설계하고, 직접 실행하고 있다.

 

마 씨의 3년 여정은 그 구조가 현실에서도 작동하고 있다는 강력한 증거다.

 

‘살아보기(2023)’ → ‘체류형 사관학교(2024)’ → ‘만원주택+스마트팜(2025)’.

 

딸기 모종에 뿌려진 건 단순한 씨앗이 아니었다.

 

그건 한 사람의 가능성, 강진이 준비한 미래, 그리고 실패를 줄여주는 체계적인 시스템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 뿌리는 강진의 땅에서 단단히 자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