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릿지저널 김경미 기자 | 고양특례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 송규근 의원(더불어민주당, 효자·삼송1·2·창릉·화전)은 19일 열린 2025년도 행정사무감사에서, 민선8기 시장의 공약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는 ‘고양영어도서관(가칭)’이 정작 기본적인 행정 절차조차 갖추지 못한 채 추진되고 있다며 전반적 준비 실태를 강하게 질타했다.
앞서 고양시는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기존 백석도서관을 전면 리모델링하여 2026년 9월 개관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3만5천 권 규모의 영어 장서 확보, 영어 특화 서비스 제공, 전 세대를 위한 공간 구성, 시민 의견 반영, 그리고 중장기 운영계획(2025~2028) 수립 등을 통해 체계적이며 준비된 도서관을 지향하고 있다고 홍보해 왔다. 그러나 감사에서는 이러한 공식 설명과 실제 행정 준비 과정 사이에 상당한 괴리가 존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우선 송 의원은 영어도서관 설립을 위한 기본 절차인 시민 수요조사, 입지 타당성 검토 여부를 확인했으나, 도서관센터는 “민선8기 공약사항을 임기 내 이행하기 위해 백석도서관이 리모델링 시점에 있었고 일정 맞추기에 적합했다는 이유로 결정했을 뿐, 별도의 타당성 검토나 수요조사는 실시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에 송 의원은 “시민의 세금이 투입되는 공공사업을 공약 이행을 위한 일정 중심 사고로 접근한 전형적인 행정 편의주의”라고 비판했다.
또한 고양시가 이미 수립했다고 밝힌 “고양영어도서관 중장기 운영계획(2025~2028)”의 실체 또한 감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해당 문건은 전문 연구 기반의 전략 문서가 아니라 담당팀이 자체적으로 작성한 10페이지 내외의 내부 문건에 불과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송 의원은 “이 수준의 내부 문건을 ‘중장기 운영계획’이라고 발표하며 마치 심도 있는 고민과 체계적인 준비가 이뤄진 것처럼 시민에게 설명한 것은 사실상 허위·과장된 행정 홍보와 다름없다”고 질타했다.
한편 시가 공식 보도자료에서 “시민 의견을 반영했다”고 강조한 설문조사 과정 또한 부실 그 자체로 드러났다. 감사 중 정회까지 거쳐 제출된 설문지는 도서관센터 소장과 담당과장마저 그 존재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문서였으며, 설문 제목은 ‘고양시립백석도서관 리모델링 및 영어 특성화 관련 설문지’로 확인됐는데 전체 설문내용은 총 9개 문항으로 영어 특성화 관련 설문이라고 보기엔 극히 제한적이었다.
송 의원이 검토한 결과 ▲응답자 806명 전원을 표본 검증 없이 분석에 포함했고 ▲고양시민 여부나 거주동 확인 문항이 없어 응답의 대표성과 검증 가능성이 확보되지 않았으며 ▲최근 1년간 백석도서관을 이용한 경험이 있는 응답자는 전체의 약 48%에 불과해 설문 목적과 표본 적합성 측면에서도 중대한 문제가 있음이 지적됐다.
뿐만 아니라 문항 구성에서도 편향·유도성이 확인됐다. 예컨대 ‘새 단장을 위해 벽을 없애고 자유로운 개방형 분위기로 리모델링하는 것에 대한 찬반’을 묻는 항목은 사실상 정해진 리모델링 방향에 대한 긍정 응답을 유도하는 형식이었고, ‘도서관이 가장 중점을 두어야 할 대상’을 특정 연령층으로 선택하게 하는 문항은 공공도서관의 보편적 서비스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비과학적 설문 설계였다. 송 의원은 “조사방법론의 기본 원칙조차 지키지 않은 설문을 시민 의견 반영이라고 홍보한 것은 행정의 신뢰성을 스스로 훼손하는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송 의원은 “전국의 영어마을과 영어특성화시설의 실패사례는 근거 없는 확신과 준비 부족에서 비롯됐다”며, “실제 시민에게 필요한 공공서비스로 완성하기 위해 타 지자체의 성공·실패 사례를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철저하게 준비할 것”을 당부했다. 그는 “시민의 자긍심을 높일 공공 인프라가 졸속행정의 결과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며 질의를 마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