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저널 정보영 기자 | 제주도립 김창열미술관은 오는 4월 22일부터 8월 24일까지 특별기획전 ≪내 속에 꿈틀거리는 한 가닥 진심: 하인두·김창열≫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하인두(1930–1989)와 김창열(1929–2021)의 청년기 작품부터 독자적인 예술세계를 완성한 시기까지 약 25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1950년대 말 20대 후반의 청년 화가였던 하인두와 김창열은 서울에서 만나 당시 미술계의 기존 질서에 반기를 들고, 1957년 현대미술가협회 창립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당시 서구의 전위적 경향이던 앵포르멜을 적극 수용하며 한국 전위미술운동의 선두에 섰던 이들은 밤새 추상미술에 대한 토론을 나누고 전시를 함께하며 서로에게 깊은 영향을 준 동료로 발전했다.
그러나 시대 상황과 개인의 선택에 따라 두 작가의 길은 점차 달라진다.
하인두는 1960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활동이 제한되면서 내면으로 시선을 돌려 전통과 동양 정신을 탐구하며 독자적인 예술세계를 구축한다. 1970년대 발표한 대표작 '만다라'와 '율(律)' 시리즈는 불교의 만다라와 오방색을 바탕으로 우주의 질서와 인간의 내면을 탐구하며,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의 조형 언어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김창열은 1960년대 후반 뉴욕을 거쳐 1969년 프랑스에 정착하며 국제 무대로 활동의 폭을 넓혔다. 그는 1972년부터 물방울 작품을 시작하며, 동양적 정체성을 현대적 조형 언어로 풀어낸 작가로 세계적 주목을 받는다. 화면 위에 맺혀 있으나 흐르지 않는 물방울은 영원성과 무상함을 상징하며, 순환과 치유의 의미를 담은 동양적 사유의 결정체로 평가된다.
이번 전시는 서로 다른 환경과 시대적 제약 속에서도 예술에 대한 진심을 잃지 않고 서로 응원하면서 청년기를 보냈고 이후 자신만의 길을 개척한 두 작가의 작업을 소개한다. 하인두가 젊은 날을 “내 속에 꿈틀거리고 있는 한 가닥 진심”을 찾아 헤맸다고 회고한 것처럼, 두 작가의 예술은 전통과 동양사상이 어떻게 현대적으로 구현될 수 있는지, 그들 내면에 꿈틀거리던 ‘한 가닥 진심’이 고난의 시간을 뚫고 어떻게 작업으로 승화됐는지 보여준다.
이종후 제주도립미술관장은 “관람객들이 하인두와 김창열의 작품을 통해 시대와 환경을 넘어선 예술가의 내면을 마주하고, 그 안에서 동양과 현대가 만나는 지점을 발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은 두 작가의 청년시기에 싹튼 진심의 씨앗이 시대의 흐름과 개인의 선택을 거치며 어떻게 전통과 현대라는 보편적 주제로 확장돼 가는지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다.
한편 1전시실에서는 소장품 기획전 '물방울의 방: 1972-1983'이 7월 20일까지 진행되며, 김창열 작가의 초기 물방울 작품을 관람할 수 있다.